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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칼럼

커피 기프티콘, 기업을 망하게 하는 이벤트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대해서 강의와 컨설팅을 하면서 빠지지 않고 하는 얘기가 커피 회사도 아닌데 커피 기프티콘으로 RT 와 팔로우 이벤트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지면에 컬럼을 쓸 때가 오면 꼭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고 싶었는데 이번 주 한국일보 "배운철의 SNS라이프" 컬럼에 이 주제로 아래와 같은 글을 썼습니다.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만연되어 있는 커피 기프티콘 이벤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추가] 지면에서 다루지 못한 얘기를 아래 파란색 글씨로 보강해 보겠습니다.


"RT하고 팔로우 해 주세요. 추첨을 통해 별다방 커피 기프티콘을 드립니다.(~8/24)"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이런 이벤트 트윗을 자주 보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커피와는 전혀 관계없는 제품과 서비스로 사업을 하는 계정이다. 이런 이벤트는 대개 특정 행사나 제품, 서비스 등을 알리기 위해 활용되지만 실제로는 단기간에 많은 팔로워를 모집하기 위해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트위터 검색창에 '기프티콘', '이벤트', '캠페인' 등과 같은 단어로 지금 당장 검색해 보시라 얼마나 많은 트윗들이 커피 (또는 지금은 여름이라 베라 기프티콘도 많이 보이네요~) 기프티콘을 남발하며 이벤트를 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상품을 선물로 준다는 점에서 상품 자체가 나쁘다고까지 비난할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삼품으로 너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기프티콘이 남발되는 이면에는 경품 배포의 편의성이란 점이 있다. 이벤트 하고 당첨자 선정해서 아주 쉽게 문자 메시지로 경품을 제고할 수 있으니 얼마나 쉬운 방식인가? 쉬운 경품 처리는 누가 좋아하는 방식인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거다.

대형마트 식품 할인점을 상상해보자. 식료품 코너에 갔는데 모든 업체들이 자사의 식품을 시식하도록 하지 않고 커피 한잔씩 나눠준다면 그게 제대로 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기업들도 있다. 그런 기업들은 할 수 없이 일반적인 상품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사의 상품, 서비스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서 그런 잠재고객과 소통해야 기업의 마케팅 성과가 날 것인데 일단 숫자만 채우고 보자는 식의 마케팅은 정말 아니다. 


단기 공모나 캠페인 참여 활성화를 위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계없는 경품을 내걸고이벤트를 하는 것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기업이 단순히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이런 경품 이벤트를 한다면 과거 웹사이트 회원 늘리기의 부작용을 또 겪게 될 게 뻔하다. 웹사이트 회원에 보낸 이메일 중 개봉되는 이메일이 10%도 안되고 이메일 클릭율도 2%도 안되는 사실에 비춰볼 때 기프티콘으로 모은 트위터 팔로워들 역시 대부분 이벤트가 끝나면 기업의 마케팅 메시지를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웹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사이트의 회원 수가 해당 웹사이트의 가치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했다. 현재도 방문자수, 트래픽과 함께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이긴 하다. 이때 많은 기업들이 웹사이트 회원 가입을 위해 경품 이벤트로 회원들을 긁어모았다. 그러나 그 이후 기업의 이메일 마케팅에 심각한 문제와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원 수는 많으나 소통이 안되는 것이다. 회원수를 기반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우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또 경품 이벤트를 하면서 단기성과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지금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마케팅이 똑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마케팅은 조금 다르니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트위터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마케팅 채널이다. 그리고 정상적인 팔로윙 전략을 쓴다면 회사의 목표 고객이나 잠재 고객과 상당히 근접한 고객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기소개 내용과 대화 내용을 검색하면 고객의 기본 성향과 선호 분야를 알 수 있다. 이런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기업이 관계를 맺고 싶은 고객을 찾아야 한다. 트위터 자체의 검색 기능과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한 명씩 한 명씩 원하는 고객과 관계를 맺어나가야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도움이 되는 팔로워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 계정을 만들어 놓고 기프티콘 줄테니 팔로우 하라는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식의 마케팅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은 트위터 마케팅의 본질을 잘 모르는 기업 고객에게 일단 팔로워부터 모아주려는 대행사와 다짜고짜 팔로위만 늘리라고 윽박지르는 기업측이 빚어낸 촌극이다. 어찌됐든 결국엔 기업 SNS마케팅 담당자들이 짊어지게 될 짐이고 기업과 기업 오너들이 피해를 보는 마케팅 방식이다.

기업은 대행사에게 팔로워 몇명을 모으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어떤 팔로워를 어떻게 모았냐고 물어야 한다. 대행사는 커피 기프티콘을 주지 않고 팔로워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커피 회사가 아닌데도 커피 기프티콘을 경품으로 내걸고 팔로워를 늘리려는 대행사가 있다면 기업들은 당장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그게 망하지 않는 길이다.

[기사 출처] 한국일보 [배운철의 SNS라이프] 기프티콘 마케팅 기업들 당장 그만둬야

대행사에 계신 분들은 이 글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불편한 진실'을 공유하고 또 개선해야 할 책임이 이 글을 읽는 분이나 저나 마찬가지로 있다고 본다. 마케터로서의 자존심은 지키며 일하고 싶다는 다짐~